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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성심병원 LGBTQ+ 센터 진료 참관 후기

2026-01-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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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중인 학교의 「성소수자 건강과 의료」과목의 일환으로 2025년 7월에 강동성심병원 LGBTQ+ 센터 진료 참관을 했었던 양병준 학생입니다.
제때 실습 후기를 남겨야 생생한 기록을 바탕으로 더 의미 있는 후기를 남길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스스로에게 아쉽고 또 센터분들에게는 죄송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때 느꼈던 것을 바탕으로 참관 후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성소수자 의료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아프면 병원에 가고 진료받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받아야 한다는 건강권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하는 것인데, 사실 건강권같은 거창한 이야기까지 하지 않아도 이는 우리의 상식입니다. 누군가가 시골에 산다고, 돈이 없다고, 특정 직업을 갖고 있다고 해서 병원에서 쫒겨나거나 진료를 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분노하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성소수자들도, 그들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의료서비스 제공을 거부받아서는 안됩니다. 상식적이고 또 뻔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상식적이고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건, 아무래도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그 상식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성별확정수술같은 고난도 의료는 고사하고, 의원급에서 받을 간단한 진료를 받는 것조차도 병원/의원들의 차별적 진료 행태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질병보다 편견이 더 두려운 성소수자, 차별 없는 병원이 필요하다 https://inews.ewha.ac.kr/news/articleView.html?idxno=70472) '차별 없는 병원' 이라는 296쪽짜리 단행본이 굳이 출판된 데에는, 그만큼 '차별 있는 병원'이 우리나라에 많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당사자가 아니기에 말하는 것이 항상 조심스럽지만, 성소수자들이 원하는 차별 없는 병원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진료를 거부하지 않는 병원. 본인의 모습을 그냥 받아들이는 병원. 헛소리(혐오 발언) 안하는 병원.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의식하는 병원... 무슨 본인들만을 위한 대단한 약을 갖고 있고, 5성 호텔급 싹싹함과 친절함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점에서 강동성심병원 LGBTQ+ 센터와 같은 시도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것 같습니다. 병원의 시스템이 성중립적 표현과 태도를 지향하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족한 점이 보일 것입니다), 성소수자 의료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의료진들이 상주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특히 수술과 같은 전문적인 성별확정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제가 알기로 국내에서는 강동성심병원 LGBTQ+ 센터가 독보적일텐데, 성소수자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외국으로 향하는 것 말고도 국내의 또다른 선택지를 제공했다는건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참관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성소수자 친화적인 의료인 교육을 위해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도 정말 긍정적입니다.

다만 강동성심병원 LGBTQ+ 센터가 한발짝 더 나아가고 싶다면 뭘 해보면 좋을까? 까지 생각해봤을 때, 이런 점들도 떠올랐습니다. 1주밖에 없었던 일개 학생이 내뱉는 것이니 이미 센터 관계자분들이 실행에 옮기고 계실 것 같긴 합니다.
이런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때,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시혜성인 것 같습니다. "내가 이렇게 착한 일을 하는 대단한 사람이야, 나는 불쌍한 이들에게 베푸는 사람이야"
시혜성적 관점이 개입되는 순간, 의료인은 환자와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수직적 관계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환자는 의사가 어떤걸 해도 그냥 조용히 받고 물러서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안하느니만 못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료 현장에서는 동등한 관계속에서 소통을 통해 환자와 의사가 공동의 목표를 찾고 나아가야 하는데 시혜성 속에서는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묻혀버립니다. 환자를 위한 진료가 아니라 의사(의 자기만족)을 위한 진료가 되어버립니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피드백을 끊임없이 반영하려는 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의료기관의 창구를 통한 공식적 피드백 뿐 아니라, 성소수자 로컬/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할 것 같고요. 우리의 진료에서 어떤 것이 부족했고, 고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계속 고민해야만 시혜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LGBTQ+ 센터가 원하는대로 성소수자 친화적 병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LGBTQ+ 센터 뿐 아니라, 강동성심병원 전체가 성소수자 친화적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께 여쭤보니 다행히 강동성심병원 의료진이 전반적으로 성소수자 친화적 마인드를 장착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조직 내부의 지속적 교육과 자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두가지의 조심스런 건의를 드리면서 글을 마쳐봅니다.
귀한 참관 경험을 제공해주신 LGBTQ+ 센터 관계자분들, 그리고 참관을 허락해주신 환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강동성심병원 LGBTQ+ 센터가 성소수자 친화적 병원으로 남고, 또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친화적 의료인 양성에 앞장서는 기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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